요즘 기름값 문제가 SK로 화살이 돌아가는 분위기다. 소비자시민모임의 유가 분석도 그렇고, 정부쪽 생각도 그렇고, 주유소협회측도 비슷한 분위기 같다.
요지는 SK이노베이션이 SK네트웍스에 기름을 싸게 공급하면 SK네트웍스가 마진을 붙여 주유소에 팔아 불필요한 유통단계를 만들며 SK주유소 기름값이 가장 비싸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놓고 SK이노베이션은 SK네트웍스에 공급하는 가격을 오피넷에 공개해 싸게 공급하는데 주유소들이 비싸게 받는 것처럼 한다는 말이다. SK이노베이션측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하지만 드러난 사실만 보면 이 같은 주장이 타당한 것 같다.
사실 SK주유소들은 GS칼텍스나 에쓰오일 등 다른 주유소보다 기름값이 비싸다. 특히 SK네트웍스가 직영하는 주유소들은 더 비싸다. 기름값이 리터당 2000원을 넘네 마네 할 때도 SK직영 주유소들은 2000원을 넘겨 받았다. SK텔레콤과 연계한, 또는 SK네트웍스의 할인카드를 이용하면 몇십원 추가할인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이유를 댔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SK그룹의 사업방식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예전에 KT가 KTF와 합병 전에 KTF의 가입자 유치를 대행하는 재판매사업으로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보고 “아빠가 아들 몫을 뺏어서 아버지 배불리기”한다며 맹비난 한 적이 있다. KT가 KTF 가입자 유치를 하면서 통화료의 일부 등을 챙기며 자회사 몫을 가져가는 무임승차를 했다는 비판이었다.
그러나 SK네트웍스의 사업방식을 보면 그룹 계열사의 거의 대부분 상품을 ‘재판매’하고 있다. KT가 자회사 KTF 하나의 등골을 빼먹었다면 SK네트웍스는 그룹의 등꼴을 빼먹는 셈이랄까. SK네트웍스는 기름도 팔고, 휴대폰도 팔고 계열사 콜센터도 운영을 대행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나 SK네트웍스 홈페이지를 보면 SK계열의 거의 모든 것을 판매대행하고 있다. 물론 자기들 입장에서는 경영 합리화 차원에서 아웃소싱을 하는 것이고 그게 기왕이면 계열사 중 하나에 준 것이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의 전형이다. 게다가 그 일감은 불필요한 유통단계를 하나 더 만든다. 이는 기름값 논란에서 보듯 SK가 아무리 변명해도 시젯말로 ‘국민정서법’상에서는 유통단계를 하나 더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과 다름 없다.
게다가 SK네트웍스는 색안경을 끼고 보면 비정상적인 SK그룹의 지배구조를 보여주기도 한다. SK네트웍스는 그룹 지주회사인 SK(주)가 최대주주로 지분 39.14%(5월말 현재)를 보유하고 있다. SK(주)의 최대주주는 SK C&C다. 지분 31.82%를 갖고 있다. SK C&C의 최대주주는 최태원 회장이다. 44.5%를 갖고 있다. 결국 최태원→SK C&C→SK(주)→SK네트웍스로 이어지는 구조다. SK그룹가 SK네트웍스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의 최대 수혜자는 최 회장이라는 말이다.
이 회사는 2003년 분식회계로 최태원 회장 구속이라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역사만큼이나 파란만장한 부침을 겪은 셈이다.
2002년 2월 검찰이 SK글로벌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무려 1조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분식회계 사실을 적발했다.
당시 검찰은 JP모건과 SK증권의 이면거래를 수사하다가 분식회계를 발견하게 됐다. SK증권이 역외펀드를 설립해 JP모건 자회사에게 거액을 빌려 동남아 채권 연계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하자 99년 양사가 이면계약을 맺은 것이다. JP모건이 SK증권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SK가 3년 뒤 웃돈을 붙여주식을 되사주기로 타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SK글로벌 해외법인이 SK증권 주식을 비싸게 되사주는 역할을 맡으며 1000억원대의 손실을 떠안았는데 이게 검찰 수사망에 잡힌 것이다. 그룹이 휘청거렸다.
SK네트웍스는 1953년 선경직물로 출발했다. 빛날 선(鮮)에 클 경(京)이다. 사실 이름 그대로 빛나게 크긴 했다. 이후 76년 11월에 종합무역상사 지정을 받고 98년 1월에는 SK상사로 이름을 바꿨다. 98년 12월에는 SK유통을 합병하고 이후 사명을 SK글로벌로 바꿨다 지금의 SK네트웍스로 자리 잡았다. 역사 자체가 돈 되는 온갖 물건을 안팎에 내다파는 종합상사라 지금도 그 업(業)에 충실하다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SK네트웍스라는 회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지난해 하반기쯤 SK이노베이션 홍보 담당과 SK텔레콤 홍보담당에게 전화를 했다가 “SK가 흔들리면 네트웍스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SK 계열사들이 SK네트웍스에 소비자 접점 서비스를 몰아주기하면서 서비스가 개판이 됐다는 생각에서다.
예컨데 직영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더니 일정 금액을 초과해 무료 세차를 해준다해서 당일은 바빠서 그냥 갔다가 며칠 뒤 다시 찾으니 오후 6시가 넘었네, 토요일이네 하며 세차를 거부했다. 결국 세차쿠폰은 시한을 넘겨서 버렸다. SK텔레콤과 연계한 카라이프 멤버십에 가입해서 차량 경정비와 내부세차를 하러 스피드메이트를 찾았더만 점심시간대고 서비스 차량이 밀려서 당일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며 다음에 찾아오라고 했다. 대리점도 아니고 직영점에서 이런 식으로 서비스하냐는 말에 “본사에 고발하시던 맘대로 하세요”라고 직원이 돌아섰다.
하도 열받아 SK이노베이션에 오랫동안 알던 분에게 전화를 했다. 이 분 말이 “SK네트웍스가 하는 데라 자기들과는 상관없다. 그런 얘기 평소에도 많이 듣는데 말해도 소용없다”고 했다. 휴대폰 문제로 SK고객센터와 통화를 해도 해결안돼 홍보팀에 물어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SK네트웍스에 콜센터 운영을 위탁했는데 워낙 박봉에 사람들이 자주 바뀌어 그럴 수 있다”는 식이었다.
결국 SK그룹도 SK네트웍스에 위탁하고 판매대행하는 게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들 불만, 그들도 다 알고 있다. 그런데도 못고치는 것은 앞서 언급한 대로 지배구조 문제기 때문일 것이다. 회장이 결정하신 일에 토를 다는 것은 회사 그만다니고 싶다는 말로 들릴 것이다.
그래도 SK네트웍스에 일감 몰아주기는 너무하지 않은가 싶다. 이 글을 보는 분들 중 상당수도 SK가 소비자 응대가 엉망이라 생각하셨다면 자세히 들여다 보시길. 아마 SK네트웍스에 위탁한 것일 가능성이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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